지난 26일 아침, 과천정부청사에서 한국 정치사상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었다. 주역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15명, 느닷없이 ‘출연’을 강요당한 사람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이효성이었다. 방통위는 그날 오전 8시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홍회(방문진)의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하려고 전체회의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우택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 신상진을 앞세우고 방통위 사무실에 들어선 의원들은 이효성을 향해 폭언과 막말을 퍼부었다. “이 정부의 꼭두각시로 행동을 하...
‘조중동’이라는 말은 한국의 수구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약칭으로 2000년대 초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세 신문 가운데 조선일보를 맨 앞에 내세운 까닭은 발행부수가 가장 많고 영향력이 제일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다음이 중앙일보이고 마지막이 동아일보라는 것은 지난 15년이 넘도록 확고부동한 사실로 인정되어 왔다. 조중동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21세기 들어 2012년까지 실시된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한결같이 보수정치세력을 대표하는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조중동은 2002년에는 노무현과 맞선 이회창, 20...
지난 1일 열린 정기국회에서 국회의장 정세균이 낭독한 ‘개회사’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치적 테러’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당 대표 이정현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마디로 민생을 볼모 잡고 국회를 인질 잡고 예상되는 피해를 다 감안한 정치 테러”라고 단언한 뒤 “누구보다 국회법을 잘 알고 입법 취지를 잘 아는 분이 즉흥연설이 아니고 원고를 써서 수 차례 독해를 거쳤을 게 뻔한데 이렇게 했다는 것은, 준비된 테러를 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국회고 국민이고 무시하고 정치 야욕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테러”라고 주장...
청와대 특별감사관 이석수는 지난 18일 민정수석 우병우를 수사해 달라고 검찰총장에게 의뢰했다. 혐의 내용은 우병우의 장남에 대한 ‘의경 보직 특혜 의혹(직권남용)과 주식회사 정강을 통한 ’생활비 떠넘기기 의혹‘(횡령)이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바로 이튿날인 19일 홍보수석 김성우를 통해 이석수가 특별감찰관법 22조를 명백히 어긴 ‘현행범’이라고 단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어떤 내용이 그런 ‘단정’인지는 네 문단으로 이루어진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 의뢰에 대한 청와대 입장 전문’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특별감찰관법 22조는 특...
지난 3일 MBC 기자 이상호가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 회사를 떠난 ‘사건’은 그와 함께 자유언론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싸우던 동료 언론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그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3달 동안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던 MBC가 어제 사표를 제출하자 냉큼 ‘퇴직’ 발령을 냈군요. 21년간의 MBC 기자 생활. 잦은 징계와 좌천, 100번을 훌쩍 넘기는 소송 등으로 결국 차장 ‘대우’ 딱지도 떼지 못한 채 물러납니다.” 1995년 MBC에 기자로 입사한 이상호는 2000년...
2월 13일은 시인 김남주가 세상을 떠난 지 22주기가 되는 날이다. 문학인이자 민족·민중운동의 최전선에서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치열하게 싸우던 ‘전사(戰士)’. 그는 박정희 유신독재 끝 무렵인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되어 무려 9년 3개월 동안 철창 안에 갇혀 있다가 6월 항쟁 뒤인 1988년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1946년 10월 전남 해남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남주는 온화하고 인정이 넘치는 얼굴과는 달리 전남대 학생 시절부터 반유신독재 운동에 앞장서 수배와 구속을 거듭 당하면서...
지난 며칠 동안 한반도 남과 북의 정권은 마치 곧 전쟁이라도 벌일 듯이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무장 지대의 ‘지뢰 폭발로 인한 부사관 2명 부상’과 남쪽 군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그리고 북의 ‘보복 포격’으로 극한적 대치 상황이 벌어지자 8월 21일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